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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마라도 꼬마 해녀 만덕이2008/10/21
장용창


동화 한 편 지었습니다.
1. 혹시 여기 나오는 말 중에서 제주도 사투리로 고칠 수 있는 걸 알고 계시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해류"를 해녀들은 뭐라고 합니까?
2. 마라도 사진 좀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주의소리에 실으려고 하니까 사진을 실어야 한답니다.
저작권은 당연히 밝힐 것이고요. 마라도 전체 사진. 할망당 사진. 클로즈업된 슴새 사진. 등이 필요합니다.
3. 첨부한 사진은 Great Shearwater 큰슴새 사진으로 우리 나라에는 없습니다. birdlife에서 활동하는 Pluvius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아일랜드의 서부 해안 Galway Bay에서 찍은 것입니다.
장용창

꼬마 해녀 만덕이

2008-10-20 장용창 (yongchangjang@hotmail.com)


1. 마라도 해녀

여러분 제주도 해녀를 혹시 아세요? 제가 재미난 해녀 이야기 알고 있는데 들려 드릴까요? 옛날 얘기가 아니라 요새, 그러니까 2008년 얘기예요.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배를 타서 더 내려가면,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라는 작은 섬이 있어요. 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섬이지만 마라분교라는 초등학교가 있어요. 이 초등학교에 만덕이라는 5학년, 12살짜리 여자 아이가 다니고 있었어요. 바로 이 만덕이가 꼬마 해녀랍니다.

해녀가 뭐냐고요? 해녀는 여자 잠수부를 뜻해요. 여성이지만 강인한 체력으로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해서 소라, 전복, 미역 같은 해산물을 채취해서 살아요. 해녀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20세기 들어서 고무옷과 오리발, 물안경 등을 착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손에는 전복을 따는 호미를 들고, 어깨에는 수확물을 넣어두는 망과 바다에서 쉽게 떠 있기 위한 태왁을 들고 다녀요.

해녀들은 마을마다 모임을 잘 만들어서 작업을 같이 해요. 그래야 위험한 바다에서 서로 도와 가면서 일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해녀들은 이 바다를 대대손손 먹여 살려주는 고마운 어머니처럼 여겨요. 그래서 바다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해산물도 일정한 시기를 정해서 채취하고, 또 일정한 시기에는 채취를 금지하기도 해요.

해녀는 제주도 말고 우리 나라 전역에도 있어요. 하지만 제주도 말고 다른 지방에 있는 해녀들은 전부 옛날에 제주도에서 건너가서 정착한 사람들이예요. 일본에도 일본 해녀가 있고, 심지어는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서 해녀가 된 사람들도 있어요.

2. 만덕이네 어머니

만덕이네 어머니도 해녀예요. 나이는 서른 다섯 살. 해녀들은 보통 어릴 때부터 해녀 일을 시작해서 30대 초반쯤 되면 가장 일을 잘하는 나이가 돼요. 왜냐하면 오랜 기간 바다 속을 다녀야만 바다 속 지형과, 물의 흐름, 해산물들의 생태적 특징을 모두 잘 알 수 있기 때문이예요. 특히 바다는 위험하기 때문에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도 잘 알아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제일 일을 잘 하는 해녀를 ‘상군’이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만덕이 어머니가 지금 상군이예요. 30대를 지나 40대가 넘어가면, 이제 경험은 많지만 체력이 조금씩 약해지기 때문에 상군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요. 상군들은 일을 잘해서 돈도 잘 벌지만, 해녀 모임에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작업을 할 땐 힘든 일도 도맡아서 해요. 만덕이 어머니는 그런 상군 해녀 일을 열심히 해서 칭찬을 받고 있어요.

3. 자장면 집 아들 현태

작년에 마라도에는 자장면 집이 생겼어요. 마라도에서 ‘육지’라고 부르는 제주도 본섬에서 몇 년 동안 자장면 집에서 일하면서 현태네 아빠는 자장면 만드는 기술을 익혔어요. 그리고는 고향 마라도로 돌아와서 자장면 집을 차렸어요. 마라도에는 낚시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에 배달을 위주로 하는 자장면 집을 차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현태 아빠의 생각은 적중했어요. 현태 아빠는 낚시 관광객들이 낚시를 하다가 휴대 전화로 전화를 하면 어디든 달려 갔어요. 심지어 절벽 아래서 낚시를 하고 있으면 밧줄로 자장면 배달통을 매달아 내려 보내줘서 인기를 끌었어요. 어느새 마라도 자장면은 전국방송에도 나오는 인기 식당이 되었어요.

현태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이었어요. 현태는 불만이 많았어요. 제주시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컴퓨터도 맘대로 했고, 피씨방에 가면 재미난 게임도 많고, 친구도 많았어요. 그런데 여기 마라도에 오니 피씨방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어서 심심했어요. 집에 컴퓨터가 있지만, 혼자서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었어요. 전교생이 다섯 명뿐이고, 그 중에도 고학년은 만덕이 뿐이지만, 만덕이는 어찌 된 일인지 컴퓨터 게임이 싫대요. 맨날 바다에만 가서 논다고 하고. 아빠한테 다시 제주시 가자고 졸라보기도 했지만, 아빠는 마라도가 고향이라서 꼭 고향을 지키면서 살고 싶대요. 그리고 자장면 집도 장사가 잘 되는 중이래요.

현태의 유일한 낙은 만덕이를 놀려 주는 것이었어요. 만덕이는 정말, 이 작은 섬에만 살아서 그런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았어요. 게임도 할 줄 모르고. “이름도 촌스럽게 만덕이가 뭐야?” 현태는 만덕이란 이름이 너무 우스웠어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만덕이를 놀려 줬어요. “야, 만덕아, 너 스타크래프트도 할 줄 모르지? 너 아무래도 완전히 우물 안 개구리다.”

4. 만덕이 아빠

만덕이는 현태가 놀릴 때마다 아빠를 찾아갔어요. “아빠, 현태가 내 이름 촌스럽다고 놀려. 이름 바꾸면 안될까?” 마라분교 선생님인 아빠는 딸의 감정을 잘 이해했어요. “그래, 현태가 이름 촌스럽다고 놀려서 기분이 나쁘구나.” 만덕이 아빠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상담을 잘 하기 위해서 상담학을 일부러 공부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공감해 주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주고, 상대방의 욕구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 만덕이는 현태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네, 현태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자꾸 놀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딸의 마음을 이해한 아빠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 현태도 만덕이를 싫어하는 것 같진 않어. 그냥 도시에 살다가 작은 이 마을로 이사 오니까 모든 게 낯설어서 그런 걸 거야. 현태가 그럴수록 우리 만덕이가 더 잘 챙겨 줄까? 그럼 언젠가 현태하고도 친하게 될 거야.”

5. 꼬마 해녀 만덕이

만덕이는 텔레비젼 보는 거나 컴퓨터 게임 하는 것보다 바다에서 노는 게 더 재미 있었어요. 동네 할머니들은 만덕이가 걷기도 전에 물에서 헤엄을 쳤다면서 훌륭한 해녀가 될 거라고 칭찬해 주었어요. 이제 겨우 열두 살이지만, 만덕이는 마라도 주변 바다 속을 잘 알고 있었어요. 물안경을 쓰고 그 속을 훤히 들여다 봤기 때문이예요. 어느 곳에 미역이 어느 때 제일 많이 자라는지. 어느 바다 속 골짜기에 소라가 사는지를 알았어요.

바다 위는 물로 차 평평했지만, 바다 속은 육지처럼 골짜기도 있고, 작은 산맥도 있었어요. 그리고 바다 속에는 물에 잠겨 있긴 하지만 뾰족이 섬처럼 튀어나온 “여”도 많았어요. 이런 여는 햇볕을 많이 받아, 여 주변에는 해초도 많고, 소라나 물고기도 많았어요. 꼬마 해녀 만덕이는 벌써 마라도 주변 여들을 거의 다 파악하고 있었어요. 이런 여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지만, 배를 타고 갈 때는 부딛쳐 사고가 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남북으로 길게 누운 마라도의 제일 북쪽에는 목잘린여가 있었고, 그 오른쪽으로는 쌍둥찬여,거기서 남쪽으로는 높은여와 마당여가 있었고, 그 바로 아래쪽에 살래덕 선착장이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쭉 늘어서 있어, 아이들은 이쪽으로 가지 말도록 어른들이 말렸습니다. 남쪽으로 가면 장시덕 또는 장군덕이라 부르는 선착장이 있고, 그 밑에는 뾰족여가 있고, 그 아래 최남단에는 납작여 또는 넓은여라 부르는 바위가 있습니다. 다시 왼쪽으로 돌아 섬의 서쪽 해안에는 여가 제일 많은데, 북쪽으로 가면서 차례로 들면, 동남코지, 홍합여, 울란덕을 지나 신작로 방파제가 있고, 그 위로 집앞여, 남대문 바위, 그리고 지옥문 방파제라 부르는 자리덕 선착장이 있고, 그 위로 할망당 앞에는 할망당여가 있고, 그 다음은 작지끝입니다. 그 위가 바로 맨 처음 말한 목잘린여입니다.

아름다운 바다 속을 알아가는 것이 만덕이에겐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특히 여러 색으로 빛나는 산호초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어른들은 산호초를 먹을 수는 없지만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했어요. 더욱이 계절에 따라 해초와 물고기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도 참으로 신기했어요. 겉에서 보면 바다는 똑같은 바다지만, 그 속은 계절마다 다르고, 날마다 달랐어요. 그래서 만덕이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바다로 달려 갔고, 학교에 안 가는 날에는 거의 바다에서 살았어요.

만덕이네 엄마 아빠도 이런 만덕이를 좋아했어요. 현태 말처럼 도시에선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몇 개씩이나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고 했지만, 만덕이네 엄마 아빠는 만덕이에게 이런 공부를 시킬 생각이 없었어요. 고향 마을의 생태계를 알아가는 것이, 영어 수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공부라고 만덕이 엄마와 아빠는 굳게 믿고 있었어요. 이렇게 고향 마을 바다를 잘 안다면 만덕이는 엄마처럼 훌륭한 해녀가 될 수도 있고, 훌륭한 해양생태학자가 되어 마라도에 연구소를 세울 수도 있을 거라고 아빠는 말했어요.

6. 바다로 놀러 갈래?

현태와 잘 지내기 위해서 만덕이는 용기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빠의 말씀처럼 좋아한다면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현태한테 수영도 가르쳐주고, 혹시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바다 속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학교에 안 가는 토요일에 현태네 집으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서 물었어요. “우리 바다에 놀러 갈 건데 같이 갈래?” 현태는 마침 텔레비젼도 재미 없던 차에 바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놀려주었는데도 친절하게 나오는 만덕이가 좀 이상하게 보여서 말했습니다. “아니, 난 컴퓨터 게임 할 거야.”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함께 얘기했습니다. “현태 형아, 같이 가자...”만덕이도 씽긋 웃고 있었습니다. “내가 수영 가르쳐 줄께.”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긴 척 현태는 전에 아빠가 사 준 튜브를 챙겨서 아이들과 함께 바다로 갔습니다. 수영을 못했기 때문에 튜브를 타고 놀 생각이었습니다. 여름 바다는 참으로 시원하고 깨끗했어요. 만덕이가 빌려준 물안경을 쓰고 봤더니 물 속에서 노는 작은 물고기들이 손에 잡힐 듯 훤히 들여다 보였어요. 텔레비젼 보는 것 만큼이나 재미 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태는 아직 수영을 못해 튜브를 꼭 붙잡고 있었어요. 만덕이가 수영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지만, 현태는 여자아이한테 뭘 배우는 게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껴 거절했어요. 텔레비젼에서는 늘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고,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강하게 나왔거든요. 남자가 여자한테 뭔가를 배운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영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지만 현태가 거절하자, 만덕이는 그냥 수영을 즐기기로 했어요. 현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고 기다려 주기로 했죠. 수영을 못하는 현태와 나이 어린 다른 아이들은 물가에서 놀고 있었지만 만덕이는 조금 더 깊은 곳까지 구경했어요. 여름 바다는 햇볕이 잘 들어 겨울보다 더 잘 보였어요. 어른 해녀들이 소라를 따려고 자맥질을 하듯이 꼬마 해녀 만덕이도 숨을 쉬러 물 밖으러 나올 때면 휘이익 숨비소리를 내면서 나오곤 했어요. 그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면 물 밖에선 상상도 못할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어요.

7. 너울이다!

자맥질을 하던 만덕이가 숨비소리를 내며 물 위로 올라왔을 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어요. 조금 전보다 갑자기 물살이 너무나 잔잔하게 느껴졌어요. 순간 만덕이는 이것이 너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울은 파도보다 훨씬 힘이 세고 갑자기 밀려드는 큰 파도예요. 너울은 한 번 치면 작은 배를 뒤집어 엎을 수도 있을 만큼 힘이 세요.

너울이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만덕이는 아이들에게 소리쳤어요. “너울이야. 빨리 물 밖으로 나가! 너울이 칠 거야. 빨리 물 밖으로 나가.” 너울이 치면 갯바위 근처에서 수영하던 아이들이 오히려 위험했습니다. 왜냐하면 너울은 마치 씨름선수가 매치기를 하듯이 아이들을 높이 떠올렸다가 바닷가 바위에 던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만덕이가 있는 곳처럼 깊은 곳에서는 잠깐 파도에 잠겼다가 다시 떠오르면 그만이었습니다. 만덕이는 특히 튜브를 타고 있는 현태가 걱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만덕이의 말을 듣고 허둥지둥 물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현태는 만덕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너울이 뭔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한참 재미나게 놀고 있는데 왜 나가래?” 게다가 현태는 튜브를 믿었습니다. 튜브만 잘 붙들고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현태가 이런 생각을 다 끝내기도 전에 너울이 몰아닥쳤습니다. 높이가 5미터는 넘음직한 거대한 너울이었습니다. 순간 만덕은 이 상태에서 자기가 해안으로 다가가는 것이 더 위험한 일임을 깨달았고, 잠시 파도를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현태가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말을 기억해냈습니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일단 자기자신의 안전을 확실히 해야 한단다. 자기가 확실히 안전해야만 다른 사람도 도와줄 수 있어. 비행기를 타면 안내판에도 위급상황에서 산소마스크는 자기가 먼저 쓰고 아이들은 그 다음에 씌워주라고 되어 있거든. 기억해라. My need first. 내 필요가 먼저란다.”

너울이 넘어가고 만덕이가 수면 위로 떠올라보니 현태가 안 보였어요. 튜브는 혼자서 떠다니고 있었죠. 다시 한번 잘 살펴보니 조금 먼 곳에 현태가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만덕은 여러 생각할 것 없이 현태한테로 헤엄쳐 다가갔어요. 다행히 현태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어요. “내 등에 업혀. 어깨를 잘 잡아.” 만덕은 현태의 앞쪽으로 들어가면 말했어요. 만덕은 오리발을 차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고는 현태를 업고 아이들이 있는 바위쪽으로 헤엄쳐 나갔어요. 같은 나이지만 현태는 살이 쪄서 무거웠어요. 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만덕은 믿었죠. “너도 발을 저어봐. 그냥 풍덩풍덩 하듯이.” 만덕이 현태에게 말을 했지만, 현태는 너무 놀라 잘 듣지도 못했어요.

결국 만덕은 현태를 바위 쪽까지 데려갔어요. 아이들이 현태를 부축해서 물 밖으로 꺼냈어요.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물 속에서 잠깐 한숨 놓고 있는 사이 다시 너울이 밀려 왔어요. 바다쪽을 보고 있던 아이들이 “또 온다”하고 외쳐며 현태를 데리고 물러났어요. 만덕은 순간 판단이 잘 안 섰어요. 자기 발에는 오리발이 있어서 바위 위로 올라가도 잘 걷지 못할 것이고, 그 상태에서는 바위에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만덕은 차라리 바다쪽으로 가자고 맘 먹었어요. 이렇게 잠깐 생각을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너울은 벌써 들이닥쳐버렸어요.


8. 해류에 휩쓸리다.

만덕은 너울에 휩쓸렸어요. 다시 육지로 헤엄쳐 가려고 했지만 힘이 부족했어요. 그리고는 육지에서 점점 멀어졌어요. “아 힘들어. 어떡하지?”

그러던 중에 만덕은 자기가 섬의 오른쪽으로 신속히 밀려가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순간 공포가 밀려왔어요. 몸은 이미 지쳐 있었어요. 하지만 만덕은 엄마가 해주었던 말을 생각해 냈어요. “바다에는 썰물과 밀물만 있는 게 아니란다. 바다에는 해류라고 하는 커다란 흐름이 있어. 특히 여름철엔 여기 마라도에서 북동쪽으로 빠르게 나아가지. 이 흐름에 휩쓸리면 배들도 운행하기가 힘들어. 혹시라도 이 해류에 휩쓸리면, 그 흐름에 몸을 맡겨야 돼. 저항해서 거꾸로 가려고 하면 오히려 힘만 빠지거든. 해류는 강과 비슷하단다. 바다 속 골짜기가 좁으면 빠르게 흐르고 골짜기가 너르면 천천히 흐르지. 그러니 해류는 일순간 빨리 흐르다가도 너른 골짜기를 만나면 다시 천천히 흐르기도 해. 그러니까 혹시 해류에 휩쓸리면, 해류가 느려지기를 천천히 기다리는 거야. 해류를 벗어날 기회는 반드시 온단다.”

9. 할망당

아이들은 만덕이가 휩쓸려 가는 것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어요. 너울이 쓸려간 뒤 만덕이가 안 보였지만 속수무책이었어요. 현태는 만덕이가 자기를 구해 놓고 대신 물에 빠진 것 같아 미안도 하거니와 부모님께 혼날 생각부터 앞섰어요. 하지만 어른들한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만덕이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집에서 함께 어구를 손질하던 만덕이 부모님이 깜짝 놀랐어요.

만덕이 아버지는 해양경찰에 전화로 알리고, 만덕이 어머니는 심방 할머니한테로 달려 갔어요.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러요. 마라도의 해녀들은 심방 할머니를 존경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꼭 찾아가 도움을 청했어요. “할머니, 우리 만덕이가 너울에 쓸려 갔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심방 할머니는 깜짝 놀랐지만, 침착해지려고 노력했어요. “그 착한 만덕이가 너울에 쓸려가? 어디 잠깐 보자.”

심방 할머니는 만덕 어머니와 함께 할망당으로 달려 갔어요. 할망당은 마라도를 지켜 주는 할머니 신이 살고 있는 곳이예요. 바닷가에 조그많게 바위들로 만들어놓은 작은 곳이지만, 이 곳에 할머니 신이 살고 있어요. 심방 할머니는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고 앉아 절을 한 다음 기도를 올렸어요. “할머님 우리 만덕이가 어떻게 됐나요?” 심방 할머니는 할망당의 신을 “할머님”이라고 불렀어요.

심방 할머니가 집중하며 기도를 올리자 할당당의 신이 깨어났어요. 할망당의 신은 천리안으로 만덕을 봤어요. 만덕은 해류에 쓸려가고 있었지만, 힘을 아껴 물에 잘 떠 있었고, 용기를 잃지 않고 있었어요. 할당당의 신은 심방 할머니에게 말했어요. “만덕은 잘 있다. 북동쪽으로 가 봐라.” 할당당의 신이 말하자 심방 할머니의 눈에도 만덕이 보이는 듯했어요. 그래서 만덕의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만덕은 해류에 휩쓸렸지만, 잘 살아 있는 것 같다. 배를 타고 북동쪽으로 가봐라.” 심방 할머니는 만덕이 돌아올 때까지 이곳 할망당에서 떠나지 않기로 맘 먹었어요.

할망당의 신은 심방 할머니가 믿음직스러웠어요. 그래서 할망당을 심방 할머니에게 맡겨 두고 만덕을 도와 주러 떠났어요. 마라도를 떠나면서 할망당의 신은 바다의 새 “슴새”로 모습을 바꾸었어요. 높이 올라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날아갔어요. 멀리 만덕이가 보이자 자라로 모습을 바꾸고 만덕에게 접근했어요.

그러는 사이 만덕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해양경찰이 경비정을 타고 출동했어요. 만덕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옆집 아저씨께 부탁해서 고깃배를 타고 나갔어요. 북동쪽으로 향했어요. 만덕 아버지는 만덕이 쿠로시오 난류에 휩쓸렸다면 북동쪽으로 쓸려갔을 것이라고 짐작했어요. 이것은 심방 할머니의 의견과도 맞아 떨어졌어요.

10. 슴새와 자라

고향 마라도는 이미 멀어져 가고, 한라산 꼭대기의 구름이 보일락 말락 할 때마다 만덕이는 희망과 절망이 바뀌는 듯했어요. 하지만 “나는 해녀의 딸이야. 바다는 어머니 품이나 마찬가진 걸. 난 절대 죽지 않아.”라고 다짐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슴새 한 마리가 보였어요. 슴새가 있으면 고기가 많아 행운을 뜻한다던 엄마의 말이 생각 났어요. 잠깐 이런 생각에 잠기던 중 슴새는 다시 안 보이고 어디선가 자라가 다시 나타났어요. 전에는 본 적 없는 큰 놈이었어요. 만덕은 희망이 솟구치는 것 같았어요. 자라는 영물이라서 먼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도 자라 등에 업혀 목숨을 구했다는 얘기를 엄마한테서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저렇게 큰 자라가 나한테 다가오다니.

만덕은 자라한테 다가가 등에 업혔어요. 자라는 서서히 발을 젓기 시작하더니 북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잠시 후 제주도가 얼핏 보였어요. 만덕은 다시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제주도를 향하는 자라의 등 위에서 자기도 함께 오리발을 저었어요. 빠르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나아갔어요. 그렇게 오래도록 나아가 이젠 해류도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더 빠르게 제주도를 향해 나아갔어요. 육지, 그러니까 제주도가 점점 더 가까이 보이고 문섬, 섭섬, 범섬의 사이를 지나 서귀포의 해안 절벽 사이에 있는 중문 해수욕장으로 다가갔어요. 해는 거의 져 가고 있었어요.

11. 다시 가족의 품으로

해수욕장에서 오후 늦게까지 해수욕을 즐기던 사람들이 자라 등에 소녀가 타고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모여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거니?” 사람들이 물었어요. 만덕은 기운이 빠졌지만, 살아 있다는 기쁨에 넘쳤어요. 우선 중요한 것은 부모님께 알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부모님의 휴대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서 연락해 달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자라가 사람 목숨을 살렸다며 막걸리를 사와서 밥과 함께 먹인 다음 바다로 돌려 보냈어요. 이것이 자라를 영물로 여겼던 이 마을의 풍습이라고 했어요. 만덕은 자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머리 숙여 큰 절을 했어요. “자라 님, 제 생명을 구해줘서 고마워요.”어쩌면 이 자라가 해녀들을 지켜주는 할망당의 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깃배를 타고 만덕을 찾으러 나갔던 만덕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중문해수욕장으로 왔어요. 세 가족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어요. “엄마, 자라가 구해줬어요.”

12. 할망당

다음날 아침 일찍 만덕네 세 가족은 심방 할머니와 함께 할망당을 다시 찾았어요. 이번엔 음식도 많이 차려 왔어요. 술과 음식으로 예를 올리고 할망당의 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어요. “우리 딸 만덕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덕은 아빠에게 말했어요. “혹시, 그 자라 있잖아....이 할망당의 신이 변신한 거 아닐까? 웬지 그렇게 생각돼.” 공감을 잘 하는 아빠가 대답했어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 할망당의 신이 우리 해녀들을 지켜주니까. 우리 꼬마 해녀도 할망당의 신이 지켜줬을지도 모르지.”

할망당에서 예를 끝낼 때쯤 현태와 현태 아버지도 할망당으로 찾아왔어요. 현태가 말했어요. “만덕아, 날 구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는 게임 못한다고 놀리지 않을께. 그리고, 나도 수영 가르쳐줘.” 현태 아버지도 고마움을 표시했어요. 만덕의 어머니는 이게 다 할망당의 신이 보살피신 거라며 현태네 가족에게도 할망당에게 고마움을 표시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현태네 가족도 할망당에 깊이 절을 했어요.

할망당의 신도 이렇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뿌듯하고 고마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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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목록 2

20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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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마라도 꼬마 해녀 만덕이

200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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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duction to Jeju Wildlife ...

200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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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단체 소개 자료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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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08년 9월 창포만 조... 1

20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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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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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동백동산-제주도청 반응

200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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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동산에 관한 글을 인터넷신문에 실었습니다.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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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사총회기간 중 주요 행사 일정표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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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포만 조류조사 결과 8월 24일

20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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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동산 사진 찍으레 그릅서 1

200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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